[철학] 행복이란? 어디에 있을까?

 나에게 주어진 조건은 연령과 성별, 신체적인 조건, 지적 능력 등 다양하게 있다. 나에게 주어진 이러한 조건들은 내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행복감을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 가장 쉽게 행복감을 가져다주는 것은 물질이며, 그 물질을 가지거나 소유했을 때 타인의 인정을 얻기도 쉽다 보니 우리는 물질이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착각 또는 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리하여 현대인들의 삶은 '인간금고'의 삶이 되기 쉽다. 어릴 때는 돈을 버는 법을 배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어른이 되어서는 돈을 보관하느라 바쁘니 '인간금고'의 삶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문제는 인간은 그 '인간금고'의 삶에도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충분한 만족감을 느끼기도 한다. 돈으로 누릴 수 있는 물질적 향유의 수준이 워낙 높고 물질적 향유가 우리에게 주는 만족감의 강도가 세기 때문에 이러한 생각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자주 들어서 알겠지만 행복을 돈으로 살 수는 없다. 물질적 향유가 주는 만족감은 궁극적인 만족감은 아니다. 이유는 물질이 없어지면 그 만족감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감각적 향유는 쉽게 익숙해진다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철학자들은 쾌락의 역설을 말한다. 만족을 추구하면 추구할수록 오히려 허무함과 불안감이 더 커지게 된다는 것이다. 항상 욕구는 현실을 앞지르기 때문이다. 욕구가 자라는 속도를 현실은 결코 따라잡을 수 없다. 그래서 감각적, 물질적 향유를 중요하게 생각할 경우 우리가 원하는 궁극적 행복감을 누릴 수 없을 것이다. 사랑이나 우정 또한 돈으로 살 수 없다. 돈 때문에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면서 그 사람의 사랑이 귀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오히려 재력이 많은 사람들의 행복감이 높지 않은 경우가 많다. 자신에게 호의를 베푸는 사람이 '나'라는 사람에게 호의를 베푸는 건지, 나의 '돈'을 위해 호의를 베푸는 건지 의심하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인간금고'의 삶을 살면 어딘가 모르게 불안감에 계속 휩싸이게 된다. 남들에게 인정받고 그들이 정해놓은 기준에 도달하였지만 어딘가 모르게 공허함이 몰려온다. 이 불안감과 공허함이 어디서부터 시작했는데 어디에서 왔는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소비'를 하게 된다. 즉 궁극적인 행복감을 찾지 못하기 때문에 물질적 향유로부터 벗어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물질적 욕망의 충족만으로 인간은 행복할 수가 없다. 물론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지금 현대인들은 손가락 하나로 다 되는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다. 돈만 있으면 뭐든 관리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에 무언가를 '추구'하는 것과 그 이유를 알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다. 즉 돈 이외의 것을 추구해야 할 이유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것을 알지 못하니 성취감이 없고,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니 행복감 또한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인간의 삶에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고통을 부정하고 두려워하며 기피하는 증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고통이 없는 행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궁극적인 행복과 일시적인 쾌락을 꼭 구분할 필요가 있다. 쾌락은 우리에게 지속적인 만족을 주지 못하며, 행복은 지속적인 만족을 준다. 여기서 참된 행복을 느끼려면 지속적인 만족감도 중요하겠지만 만족의 내용 또한 좋아야 한다. 예를 들어 살인, 마약과 같은 부정한 행위를 통해 얻는 만족감을 우리는 행복이라고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 어떤 것이 참된 행복이고, 참되지 않은 행복인가? 참된 행복은 내가 나다우면서 타인의 인간다움을 증진하는 것에 기여하는 데 있다. 반대로 참되지 않은 행복은 행복감이 지속되지 않으면서 나에게 궁극적인 편안함을 주지 않는다. 일시적으로 좋은 것이 궁극적으로는 파괴적으로 작용하는 문제는 고대에서부터 철학자들이 주목해 온 문제이다. 그래서 고대 철학자들은 자유를 인간이 감각적인 욕망에 휘둘리지 않고 이성에 따르는 것이라고 보았다. 일시적인 감각적 욕망에 휘둘리면 궁극적 행복을 얻을 수 없는 인식을 한 것이다. 보에티우스는 '철학의 위안'에서 이렇게 말한다. "너의 정신은 참된 행복을 꿈꾸고 있지만 너의 눈은 행복의 환영에 흐려져 행복의 실체를 보지 못하고 있다." 에피쿠로스는 "영혼을 괴롭히는 많은 혼란을 야기하는 공허한 의견들을 폐퇴시키는 냉철한 관조"의 필요성을 말한다. 에리히 프롬이란 독일의 심리학자는 인간은 명성이나 금력이나 권력을 통해서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 본성의 법칙에 따라 자신의 이성적 능력을 전개시킬 경우에만 행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행복은 미덕을 행하여 얻게 되는 보상이 아니라 미덕 그 자체라는 입장이다. 욕망을 억누르기 때문에 행복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행복을 즐기기 때문에 욕망을 억누를 수 있다. 지속적이며 평온한 만족을 위해서 당장의 자극적인 쾌락을 거부할 수 있는 신중하고 통찰력 있는 사람만이 진정한 쾌락을 얻을 수 있다. 궁극적인 참된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눈앞에 있는 자극적인 쾌락을 거부하는 통찰력과 용기가 필요하다. 쇼펜하우어는 부를 기쁨으로 바꾸려면 교양과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쇼펜하우어 역시 인간에게 부와 향락을 추구하는 욕망이 있지만, 욕망을 다스릴 수 있는 이성적 지혜도 있다는 것을 믿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