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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행복이란? 나답게 살 때

by JOSH.CHO 2025.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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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인간다울 때 행복하고, 나는 나다울 때 행복하다. 이에 대해서는 근거를 요구할 수 없다. 자신의 가능성을 실현할 때 행복한 것은 인간 누구나 경험하는 자연적 사실이다. 자기 가능성의 실현이 구조적으로 막힐 때 인간은 고통을 느끼게 된다. 여기서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은 어떨 때 나답고 인가다우냐 하는 것이다. 나는 나다울 때 가장 아름답다. 나에게는 나만의 고유성과 나만의 향기가 필요하다. 도대체 나답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우리는 나는 나인데도 내가 누구인지를 모를 때가 많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할 때 행복하지를 알기 어렵다.

 나다울 때 행복하다는 것은 우리의 경험으로도 알 수 있다. 자기 적성과 소질에 맞는 일을 할 때 인간은 자기 능력을 잘 뽐낼 수 있다. 누구나 자신이 잘하는 일을 할 때 즐겁고 잘하지 못하는 일을 할 때 괴로워한다. 즉 자신의 능력이 잘 펼쳐질 때 자아실현이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우리가 어떤 일에 재미를 느끼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하게 되는 것은 자신만의 고유성이 실현된다는 특성이 들어 있다.

 단순한 감각적 욕망의 실현에는 주체의 노력이 별로 들지 않는다. 행복은 '인간으로서의 자신의 고유한 존재를 실현하는 상태'이다. 자기를 실현하는 데 자신의 노력이 들면 들수록 이 과정이 정말 자기실현의 길인지를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인간의 본질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행동과 그것에 수반되는 쾌락을 느낄 때 인간은 행복감을 맛보기 때문에 어떤 행동이 자신의 본질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행동인가를 판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신의 본질적인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행동을 통해 얻는 것은 행복감이지 쾌락감이 아니다. 우리는 행복을 거론할 때 가장 부딪치게 되는 문제는 행복과 쾌감을 어떻게 구분하냐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쾌락감은 본능적 충족과 연관되고 일시적인 데 반하여 행복은 깊은 내면의 자기와 연관되고 지속적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물론 쾌락감과 동시에 행복감을 얻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무엇이 쾌락감이고 행복감인지 구분해 내는 문제도 진정한 내가 무엇이냐의 문제와 동반된다. 일시적이고 본능적인 욕구를 실현할 때는 쾌감을 느끼지만, 지속적이고 깊은 내면의 자기, 즉 진정한 자기의 욕구를 실현할 때는 행복감을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정한 자기의 내용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어떤 때 행복한가는 개개인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어떤 자기가 진정한 자기인지를 판단하고 결정되는 것에서부터 어려움에 부딪힌다. 일단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야 나답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누구인지를 알려면 내면의 나의 목소리를 잘 들어야 할 것이다. 사회에서 또는 타인이 나에게 요구하는 목소리가 아닌 나 자신으로부터 우러나오는 목소리 말이다.

 자기실현에서 특정 타자를 동일시하여 자기를 형성하는 것이냐 아니면 자각에 입각한 선택에 의해 자기를 형성하는 것이냐의 문제 역시 중요하다. 동일시에 빠져 형상화하는 자기는 자기실현에 해당하지 않는다. 즉 자각적 선택으로 자신을 형성해 나가는 것이 자기실현이다. 우리는 이제 실존적 조건을 수용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인간은 모두 언젠가는 죽고야 만다는 것이 인간의 모든 고통의 원인이다. 인간만이 자신의 존재를, 자신의 죽음을 의식할 수 있다. 죽음을 의식하는 것은 무엇보다 힘들다. 죽지 않고 싶은 마음이 고독감과 공허함을 증폭시킨다. 철학은 근원적으로 이 고독감과 공허감이 인간의 실존적 조건에서 온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여기서 실존적 조건이란 살아가는 것이 곧 죽어 가는 것임을 말한다. 인간이 유한한 시간 안에 던져져 있다는 것이 바로 실존적 조건이다. 인류의 스승들은 죽음의 문제를 직면하는 것이 곧 삶을 잘 살아가는 데 필요한 출발점임을 알려 주고 있다. 인류의 스승 중 몽테뉴는 글 쓰는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예리하고 날카롭게 하기 위해 서재를 묘지가 잘 보이는 곳으로 정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또한 성어거스틴은 "죽음의 면전에서만 인간의 진정한 자아는 태어난다."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키케로는 "철학적으로 되는 것은 죽음을 준비하기 위해서이다."라고 하였다.

 실존적 조건을 마주하게 되면 자신이 처해 있는 현실적 조건에 대한 태도도 달라진다. 자신이 바라지 않는 죽음이 어쩔 수 없이 다가올 것임을 인정하게 되면 왜 이러한 조건에서 태어났는지를 원망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결국 주어진 조건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가를 유의미하게 묻게 된다. 그래서 자신이 처해있는 현실적 조건을 마치 자신의 스스로 선택하기라도 한 것처럼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선택을 하게 된다. 실존적 조건을 마주하면 현실적 조건에 얽매이지 않고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진정한 자기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진정한 자기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낯선 자기를 만나게 되기도 한다. 스스로 고개를 갸우뚱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낯선 나이면서 새로운 나에게 우리는 진정한 의미에서 평안을 느끼는가를 점검하고 나에게 진정한 평안을 주지 않는 나의 모습을 탈각시켜 가면서 살아가는 것이 자기실현의 과정이다. 진정한 의미의 평안이란 곧 계속 지속될 수 있는 평안, 나에게 편리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는 평안을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자기답게 살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자신에게 자기다움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면 알수록 타인의 자기다움에도 관심을 기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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